복근이요?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이번 여름에는
필히 비키니를 입을 것이라
주위 사람들에게 외쳐댔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누구는 비키니 입고
해외 어디를 갔다던데…
다시는 하지 않기로 했던
타인과의 비교를 다시 시작하며
나는 통통해진 뱃살을 잡고
다시 깊은 우울의 동굴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나도 가면 되잖아!
살찐 사람은
수영장 가지 말라는 법이 있기라도 하나,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새로 오픈했다는
근교의 인피니티 풀 티켓과
다음날 바로 받아볼 수 있는
코랄색 모노키니를 주문했다.
행동하지 않으면,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배, 허리, 엉덩이, 허벅지처럼
안 보이는 부분만
유독 살이 많은
마른 비만인 나는,
목욕탕에 가서
몸매를 보여주기 전까지는
말랐다는 소리를 듣지만
사실은 비키니를
엄두도 내지 못하는 퉁퉁이다.
“하지만 퉁퉁이에게도
여름 휴가 로망은 있다고!”
내 방식대로 기록하는
여름 여행 첫 번째,
“일단 묻고 더블로 가!”
아침 일찍 시간 맞춰 도착한
모노키니와 함께
내 분신인 카메라를 챙기고
살에 대한 걱정은
전부 집에 내려둔 채
차를 타고 스파를 향해 출발했다.
원래 인생을 바꾸는 건
대책 없는 무모함이 아닐까.
여름 여행 두 번째,
“네 멋대로 해라”
수영복 입은 내 모습이
타인의 눈에 어떻게 비칠까 두려워
여름휴가도 떠나지 못하는 바보라니!
나약한 녀석. 빈약한 가슴도,
통통한 배와 허리도,
근육 없는 허벅지도 다 괜찮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주눅 들었던 건지!
여름 여행 세 번째,
“흰 천과 카메라만 있다면”
나는 다른 사람을 찍어주는
아마추어 포토그래퍼이자
부산, 경남 지역에서
일반인 모델로 활동하며
나만의 촬영 및 보정, 모델 포즈 방법을
블로그를 통해 공유하고 있다.
내 사진의 주제는 단 하나,
『스스로를 사랑스럽게 기록하는 셀프 촬영팁』
내가 가진 얼굴과 몸매의 단점을,
사진과 글로 긍정적을 풀어 내다보면
분명히 나와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의 여름,
그리고 여행도 콤플렉스 없이
행복하게 즐길 수 있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여름 여행 네 번째,
'순간을 영화처럼’
뭔가 하고 싶은 게 생겨도,
건네고 싶은 말이나
갖고 싶은 게 생겨도
“다음이 또 있겠지…”하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자신감 없는 태도로
기회를 놓쳐버리는 나쁜 습관을 버리고
『지금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영화 속 한 장면』이라 되뇌며
후회 없이 이 순간을 즐기는 방식으로
살아가기로 결정했다.
뱃살이 나와도 수영복을 입고,
화장이 망가져도 수영을 하고!
남한테 피해만 주지 않으면 되지,
지나치게 사릴 필요는 없잖아.
여름 여행 다섯 번째,
“밥은 먹고 다니냐?”
여행비를 아끼기 위해
가장 먼저 내가
줄였던 것은 식비였다.
내 방식으로 그리는 여름,
그리고 여행. 6
20대 초반에는 그나마 괜찮았는데
워낙 허약한 체질이라
이제는 한 끼만 제대로 못 먹어도
어지럽고 멍하다.
조금 덜 예쁜 숙소에서 자고,
조금 덜 화려한 옷을 입어도
이제는 내 건강과 몸을 위해서
맛있고 건강한 음식은
꼭 먹는 게
여름 여행의 다섯 가지 약속의 피날레다.
올해의 여름은,
생애 단 한 번뿐이다.
그 한번을 어떤 방식으로든
후회 없이 즐기지 않으면
이만큼 화창하고
아름다운 여름을
다시 만날 수 없을 거다.
그러니 내일 말고,
반드시 오늘부터!
그리고 여행을 떠나보는 거야 :-)
철없이 일찍 펴버린 꽃이
추위에 떠는 게 눈에 밟힌다.
겨울 가로수길,
차창 밖을 내다보다 고개 드니
안 그래도 앙상하던 나뭇가지들이
모두 댕강 잘려나가고 짧아져있다.
인위적이고 낯선 광경에 놀라
아버지에게 물었다.
“저렇게 바짝 잘라도 살아있는 거야?”
놀란 나와 달리
아버지는 덤덤하게 대답했다.
“저렇게 가지치기를 해줘야
더 튼튼하게 잘 자라.”
하지만 그 모습은 너무나도 처량하여
안타까운 마음이 들 정도였다.
정말 잘 자랄 수 있을까?
걱정 반 호기심 반으로
앙상한 나무들을 올려다봤다.
시간이 흘러
따뜻해지기 시작할 때쯤,
그때와 똑같은 길을 다시 지나가게 됐다.
그런데 짜리 몽땅하던 가지에
어느새 푸른 이파리들이
돋아나 있는 게 아닌가?
볼품없어 보이던 나무가
이제는 제법 예쁘다.
다시 생명력을 뿜어냄에
봄이 왔음을 느낀다.
지난 겨울은 최강 한파였던 만큼
내게도 참으로 추운 해였다.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 곡예도 제법 재밌지만
불안함은 나를 갉아먹기 시작한다.
늘 흔들리다 보니
지쳐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며
묵묵히 시간을 버텼다.
서점에서 책을 사고,
돈이 없을 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었다.
책 작가의 말마따나
나는 이번에도 부정보다는
긍정하기로 선택한 것이다.
올 초 기대하던 에세이 공모전에서
나는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투고라는 방법을 찾았다.
놀랍게도 내가 투고한 글은
채택되었고 잡지에도 실렸다.
만약 공모전에서 탈락한 글을
쓸모가 다했다 생각하여
거기서 멈췄더라면
이런 경험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실패에 얽매이지 않고
긍정적으로 바라봤기에
다음을 생각해 낼 수 있었다.
잘려 나가 볼품없어 보이던 나무가
다시 생명력을 뿜어내듯
떨어진 내 글도 다시 살아났다.
어쩌면 때를 기다렸던 것이고
적기를 맞아 피어난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살아가며 가지치기
같은 경험을 많이 하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좌절하지 말아야 하는 건,
거기서 끝이 아니기 때문이다.
잃었다고 생각했던 것은
또 다른 것을 품기 위함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앞으로
더 튼튼해질 것이라는 걸
나는 믿는다.
유럽에서는 은방울꽃을
다발로 받으면
행운이 온다고 믿었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토끼풀밭 사이에 엉덩이 붙이고
네잎클로버를 찾는다.
그만큼 우리는 행운을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조용히 움직이며, 흔하지 않음.’ 이라는
속뜻을 담고 있는 만큼
행운이라는 녀석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최근 들어
‘열심인 사람에게 운도 따라온다.’는
말의 뜻을 조금 알 것 같다.
우리는 운이 없지 않다,
운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다.
힘들 땐 이 말을 다시
가슴에 새기고 시작해보자.
요즘의 나는
오전 일찍 일어나
책을 읽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예전이었다면 침대에서
유튜브를 봤을 시간이지만,
반납해야 할 기한이 정해진 책들에
시간을 더 할애하기로 한 것이다.
도서관 책을 빌려 읽으며
알게 된 재미있는 사실이 있는데,
대체로 앞장만 너덜너덜하다는 것이다.
그게 꼭 우리의
새해 계획 같아 웃음이 났다.
책을 완독해내듯
남은 하반기도 열심히 달려 나가 보련다.
#수박, 복숭아, 초당옥수수.
좋아하는 먹을거리가 자주 눈에 띈다.
더위가 성큼 다가왔다.
어쩜 이리도 시간은 빠르게만 지나가는 걸까.
맛있는 먹거리가
익어가는 시간 동안 무엇을 했을까.
성숙한 완성을 이루지 못한 것 같은
내 삶이 아쉽다.
무언가 바쁘게
열심히 살아온 것 같은데
눈에 보이는 것들이 없어 서운하다.
곰곰이 생각해 본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나에게도 작은 변화들이 있었다.
#마무리의 발견
항상 책을 읽을 때는 혼자였다.
이 책도 조금, 저 책도 조금.
도저히 다 읽지 못하고
내버려 둔 책들이 책장에 쌓여있었다.
올해, 처음으로 독서 모임을 시작했다.
2주에 한 번씩 10명의 사람들과
하나의 책을 읽고 줌에서 만난다.
생각보다 모임의 장점은 강렬했다.
책 편식이 심한 나에게 여러 가지 주제의
책들을 접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모임에 참여하기 위해서 억지로라도
책을 끝까지 읽는 책임감이 생겼다.
완독의 기쁨은 실로 놀라웠다.
뒷심이 부족해
마무리를 잘하지 못하던
생활에 용기를 심어주었다.
한번 본 책과 드라마를
다시 보는 일은 결코 없었다.
독서 모임에서는 발제자의
질문을 생각하며
한 번 더 책을 봐야만 했다.
질문에 대한 생각을 위해 문장을
하나씩 곱씹어 보았다.
평소 대충대충 건너가던
마음의 씨앗을 톡 건드렸다.
문장을 곱씹던 마음은
일상을 세심히
지켜보는 마음을 길러냈다.
글자 하나하나에
밑줄을 긋듯이
삶을 음미하기 시작했다.
#몸을 사랑할 결심
코로나 이후 증가한 체중,
나잇살, 그 어디쯤에
서성이는 몸무게를 확인했다.
충격이다.
대충 한 끼를 때우려
먹던 라면이 생각났다.
식곤증으로 소파에서
자던 낮잠도 기억났다.
사소한 습관들이
뱃살 곳곳에 쌓여있었다.
무기력한 몸과
헤어질 결심을 했다.
고무줄처럼 이리저리
늘었다 줄어드는 숫자들은
운동을 하니 고개를 움츠렸다.
야채를 먹은 다음날
또 불쑥 사라졌다.
미묘한 숫자놀이에
반가움이 더해졌다.
작은 변화가 가져오는
기분 좋은 결과를
받아들이게 됐다.
사소함을 발견하며 기쁨을 만끽하는
즐기는 다이어트가 시작됐다.
한 끼를 먹더라도
야채를 챙겨 먹었다.
야채가 이런 맛이었나?
언제부터인가 혀끝으로
전해지는 초록의 쌉싸름한 맛은
사르르 녹는 달콤함으로 변했다.
아침 걷기 20분은
거북이처럼 느리던 발걸음이
어느새 총총총 가볍다.
걷기 그 자체에만
몰두하던 에너지가
차츰 단단해졌다.
걷는 동안 하늘의 푸르름이
여유로움을 느낀다.
발끝에서 전해지는 에너지는
삶 전체의 에너지를 만끽했다.
작은 변화들이
삶을 이끌어주는
원동력이 됐다.
사소한 변화를 눈치챈
오늘의 삶은
어제보다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상반기,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다.
거창하진 않지만,
소소한 일상의
변화를 눈치챘다.
삶을 사랑할 수 있는
비밀스런 증거를
찾았다고나 할까.
오늘의 작은 변화는
내일의 삶을
눈부시게 빛내줄 것만 같다
여행가고 싶은 마음이 다시 몽글몽글 피어나는 계절,
봄 바람에서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는
여름의 입구에 들어섰다.
글을 쓰는 삶을 시작한 이후
본업과 병행하며 글을 쓰다 보니
시간 여유가 거의 없어서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여행은
사실 꿈만 꾸고 있다.
하지만 문득 생각해보니,
이미 난 매일 여행하며 살고 있었다.
글을 쓰기 위해 회사 근처,
집 근처의 안 가본 장소를 돌아다니며
새로운 영감을 받으며 다니고 있으니까.
6월 초, 짧은 연휴의 첫 날.
선물로 받았던 케이크 마지막 조각과
연하게 내린 커피를 마셨다.
엄마가 보내준 체리도 깨끗이 씻어서
입 안에 머금었더니
여름 느낌이 물씬 풍겼다.
새로 산 파란 모자에
흰 스니커즈를 신고,
애용하는 에코백에 키보드와
보조배터리를 넣고 길을 나섰다.
오늘 가려는 목적지는
이 동네에 이사온 지 2년이 다 되어가도록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동네였다.
늘 타던 버스를 탔지만,
평소 내리던 정거장을 지나가니
그 때부턴 창 밖 풍경이
모두 처음 보는 경치로 지나갔다.
처음 가는 길, 처음 보는 풍경,
처음 느끼는 바람.
이렇게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여행이라니!
낯선 동네를 구경하기 위해
목적지보다 한 정거장 일찍 내렸는데
내리자마자 감탄이 터져 나왔다.
“와! 이렇게 아름다운 동네가 가까이에 있었어?”
버스에서 내리자
눈앞에 유럽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오래된 아파트가 많은 동네였는데,
내가 그 전에 알고 있던
일반적인 아파트촌의 분위기와는 전혀 달랐다.
판타지 영화 속 마법의 터널 같은
아파트 단지 안 공원을 가로질러
첫 목적지였던 콩국수집으로 갔다.
테이블이 3개뿐인 작은 가게라
손님이 많지 않았다.
콩국수를 주문하고 나니
그 자리에서 바로 콩을 갈아서
콩국을 준비해주시는 모습을 보니
기대감이 커졌다.
얼마 안돼서 준비된 콩국수 국물을
일단 한 스푼 떠먹어봤다.
아! 역시 이번 여행도
성공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갈린 콩이 살짝 씹히는 걸쭉한 콩국과
적당히 삶긴 면발,
그리고 열무김치까지 함께 곁들여 먹으니
내가 사랑하는 콩국수를 먹을 수 있는
여름이 왔음이 느껴졌다.
다음 행선지는
핸드드립 커피가 맛있는 카페인데,
콩국수집에서 도보 20분 정도 거리라서
따뜻한 햇살과 바람을 느끼며
천천히 소화도 시킬 겸 걸어갔다.
그런데 걸으면 걸을 수록
조금 비현실적인 기분이 들었다.
이미 충분히 아름답다고
생각한 동네였는데,
걸어가면 갈 수록 더 동화같이
예쁜 동네가 펼쳐졌다.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런 장소가 있었다니,
지난 2년 간 괜히
손해 본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천천히 걸어서 도착한 카페는
이 예쁜 동네에 숨어있는 가게답게
더 동화 같았다.
입구부터 형형색색의 장미꽃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고,
오래된 나무 문을 열고 들어가면
스위스 관광 기차를 탄 것 같은
나무 의자와 초록색 나무 창틀,
유리 천장으로 비쳐 보이는
파란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이 아름다운 공간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이
무척 행복해졌다.
다양한 커피 원두 중에 내가 좋아하는
초콜릿 풍미가 담긴 원두를 골랐다.
예쁜 잔에 담겨 나온 커피는
역시 기대대로 맛있었고,
이 카페에서 느끼는 내 행복감 덕분인지
그 이상의 만족감을 주었다.
글을 쓰기 위해 시작한
오늘의 여행은 이미 완벽한 상태였다.
잔잔한 일상으로 스쳐 지나갈 수 있던 하루가
특별한 여행이 될 수 있었던 건
내 마음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꼭 비행기를 타고 10시간 걸려서
도착한 곳만이 유럽이 아니고,
여의도에서 1시간 기다려서 먹는
콩국수집만 맛집이 아니었다.
매일 다니던 길에서
살짝 더 발걸음을 옮겼을 뿐인데,
그 길에서 발견한 새로운 맛집과
새로운 산책길이
이렇게나 나를 설레게 해주는데
무엇이 더 필요할까.
올 해부터 난 글과 함께 하는
삶을 살게 되었다.
일상에 글이 찾아온 이후의 나는,
어쩌다 가끔 큰 행복을 느끼는 것보단
소소한 행복을 일상 속에서
자주 느끼는 삶을 살게 되었다.
매일 바라보는 풍경에서,
매일 나누는 대화 속에서
새로운 기쁨과 감동을 찾아내는 삶.
앞으로도 오직 지금 이 순간
사소하게 행복해지자.
바쁜 일상을 살면서도
햇살 아래 춤추는
나뭇잎을 보며 미소 짓고,
공원을 산책하는 강아지의 꼬리를 따라
설레는 그런 삶을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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